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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잘 참여해주시던 어르신 몇 분 중 한 어르신은 최근 관악노인복지관으로 이관하셨고, 다른 어르신은 중앙복지관으로 이관을 하셨다. 매일 만나 뵙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노력을 통해 쌓은 관계였는데 한순간에 어르신들을 만날 수 없게 되면서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그래도 어르신들의 관계 주선을 위해서 5월 29일 수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네 분의 어르신이 함께 해주시기로 했다. 한 어르신은 항상 당일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으면 참석을 하시겠다고 하셨고, 한 어르신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다.


"우리 집으로 와. 커피밖에 대접할 게 없어. 허물없이 와도 돼.”


라며 권 어르신이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그러나 어르신이 이번 모임에는 바쁜 일정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번 주는 안돼. 왜 그러냐면, 수요일에는 치매 검사하러 가고, 목요일은 복지관에 가야 해.”


권 어르신을 제외하고 국 어르신, 다른 어르신 두 분과 모임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나 병원인데. 미안합니다.”


라며 국 어르신도 당일에 못 오신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홍 어르신에게 연락을 드렸다.


“어르신, 오늘 칼국수 먹으러 가려고 해요. 일교차도 심해서 감기 잘 걸리는 날인데 따뜻한 칼국수 먹을까 해서 연락드렸어요.”


“좋지.”


칼국수 집 근처에 살고 계시다 보니 칼국수 먹고 난 다음 근처 카페나 어르신 댁에서 혹시 가볍게 차를 마실 수 있는지 부탁을 드렸다.
 
“우리 집에서? 뭐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해.”


그렇게  어르신 세 분과 들깨향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지난번에 치과 알려준 선생님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이 어르신이 예전에 한번 황 어르신에게 치과를 소개해 주신 적이 있으셨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치료 잘 받고 있습니다.”


거기 저도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았던 곳인데 잘해줘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서로에게 좋은 정보도 나누다 보니 좋은 인연이 된다. 단순히 서로 마주 보고 밥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기억이 되어 다음번에 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홍 어르신 댁으로 갔다.


“집에 찻잔이 없는데 어쩌나.”


“컵이 없으면 밥그릇에 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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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밑반찬 이용 어르신들이 홍 어르신 댁으로 간 건 처음이다. 싱크대 위 선반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컵을 한두 개씩 꺼내다 보니 딱 네 개가 나왔다. 어쩌면 최근 아내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신 후 누군가 집에 오는 게 처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감 혼자 사는 집에는 확실히 영감 냄새가 나네요.”


“허허허.”


“남자 혼자 사는 집에는 여자 옷을 하나 걸어놓으면 홀아비 냄새가 안 난다고 해요.”


홍 어르신이 직접 커피잔을 닦아서 물을 끓여 주셨다.


‘블랙커피, 천마차,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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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어르신 모두 각자 다른 차를 드셨다.


꼭 어르신들의 성향대로 차를 고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입맛과 성향이 다를지라도 이렇게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분위기도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내가 산에 집중하게 된 것도 사별하고 나서 의지할 데가 없어서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많이 위로됐어. 산에 다니면 모든 시름이 없어지더라고.”


최근 홍 어르신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 어르신들이 이런 일에 대해서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호연지기라.”


산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건강’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이 어르신은 산을 다닌 덕분에 지금까지 당뇨도, 혈압도 없이 건강하게 지내신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복지관을 다녔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서울시가 25개 구가 있고 구마다 노인복지관이 있어요. 그중에 5개가 구립이에요. 영어, 일본어 그리고 댄스스포츠가 있어요. 건전한 운동으로 자리 잡았더라고.”


 연세가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떠올린다는 것은 어르신의 몸과 마음이 정말 건강하다는 의미다. 이런 어르신이 계시기 때문에 함께 모임을 하는 주변 어르신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노인 건강은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있어요. 내일을 모르니까 ‘오늘 현재’가 중요하거든. 복지관에 돌아가면 노인네들 건강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해봐요.”


“지난번에 이 어르신이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을 가자고 제안해 주신 적이 있으세요. 그래서 여름에 계곡을 가거나 거기에 가보는 건 어떠세요?"


 “7월 초순까지는 다니는데 중순 넘어가면 더워요. 문 선생이 날 잘 잡아서 해줘요.”

 

“나는 이렇게 하면 좋겠더라. 인천은 대중교통 타고 가도 되거든. 연안부두 가서 배 구경, 바다 구경하고. 뒤에 시장가면 싸요. 회 떠서 먹고 돈 많이 안 들이고 좋아요.”


 “복지관에서 이렇게 대중교통 이용해서 가면 부담이 되지. 혹시나 발목이라도 다치면 복지관이 난감하다고.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긴 했는데"


"사실 노인네들이 집에 우두커니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우두커니 있다는 것이 여러모로 안 좋아요. 나는 그래서 쓸데없이 쏘다닙니다.”
 
가고 싶은 곳도 많으시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신 것 같다. 어르신들이 열심을 내어 이렇게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모습이 놀랍다.


황 어르신과 이 어르신이 병원을 가셔야 해서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러면서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마주했다.


“전화번호 교환합시다. 눈이 어두워도 귀는 밝거든.

저녁에 잠 안 오면 전화할게요.”


한두 번 만나면서 알게 된 사이에서 전화번호까지 교환하는 사이가 되기까지.

현관문 앞에서 밝게 웃으시며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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