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본격적으로 만난 지 약 2주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의 주 무대는 두 곳이었다. 넓은 공간과 조리도구가 있는 햇빛교실과 아늑하고 조그마한 어린이집이다. 오늘은 색다른 곳으로 갔다. 햇빛교실 옆에 있는 꿈빛교실이다. 처음으로 의자에 앉아 진행했다. 아이들이 의자에 앉으니 회의나 진행에 있어 더 집중을 잘했다. 아이들과 함께 다른 활동을 할 때, 이러한 부분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천론을 배우며 장소, 공간, 시간, 주변 환경, 사람 밀집도, 소품 등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활동하며 그런 사소한 부분이 행동과 심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의 경우 주의를 분산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물건, 주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예민하고 소극적인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흥미로운 요소를 넣어야 한다. 같은 나이더라도 성향에 따라, 집단구성에 따라 큰 차이를 가지고, 차이를 고려해 환경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의 할일은? 수료장 정하기

  오늘의 회의 주제는 세 가지다. 첫 번째, 수료장을 누구에게 줄지 정하기. 두 번째, 선생님께 감사 인사 선물 고르고 사기. 세 번째, 롤링페이퍼 쓰기.


 가장 먼저 수료장을 누가 누구에게 쓸지 정했다. 아이들은 어제 회의를 통해 방법을 정했는데, ‘쓰고 싶은 사람에게 쓰기’와 ‘사다리 타기’가 접전이었다. 결국은 한 표 차로 사다리 타기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미리 사다리타기 틀을 준비해갔는데, 아이들은 사다리 타기에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A4용지에 작어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잘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사다리 타기처럼 놀이를 통해 결정하고자 한다면, 큰 종이에 직접 선을 긋게 해 더 효과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종이에 머리를 옹기종기 모였다. 자기가 쓰고 싶은 칸에 이름을 적고 돌아가며 줄을 그었다.

 

 가끔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아이가 ‘얘 왜 이렇게 해요?’하고 말을 하곤 한다.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닌, 틀린 행동이니 수정해달라는 말투이다. 이번 사다리 타기를 하면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선을 그렇게 그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간다. 물론 행동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이기적인 행동일 때는 단호하게 저지한다. 하지만, 그저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면 ‘ㅇㅇ이가 이렇게 하고 싶나 봐. 그럴 수 있지. 그렇지 않아?’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선을 그으며 종이를 찢거나 망쳐버렸다면, 행동의 이유를 묻고 잘못된 행동임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선을 베베 꼬아 그린 행동은 그 아이가 놀이를 더 재미있게 하려는 행동이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이의 선을 없애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장난기 많은 그 아이의 특성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예의가 없다거나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기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혹여나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고민한다. 내가 아이들의 행동을 나이나 성향을 이해하지 않고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어른라면 이런 고민이 적겠지만, 당사자가 아동인 경우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선생님의 역할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불가피한 고민이라 생각한다.

 

 사다리 타리를 하는 동안 성중이는 선을 긋고 싶어 해서 다른 친구 선을 그리기도 했고, 각자 자신의 선을 그리기도 했으며, 내가 그리기도 했다. 결과는 규리와 민성이가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자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규리와 민성이를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규리와 민성이와 써 줄 사람을 바꾸는 규칙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시윤이가 규리에게, 규리가 세연이에게, 세연이가 민성이에게, 민성이가 성중이에게, 성중이가 혜리에게, 혜리가 준영이에게, 준영이가 시윤이에게 써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수료장을 작성했다. 자신의 이름과 줄 사람의 이름, 활동하며 잘했던 점으로 내용을 채웠다. 수료장을 내가 써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끼리 써준다는 의미가 있다. 이 활동을 통해 활동 동안 상대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좋은 행동이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연이는 또박또박 글씨를 예쁘게 썼고, 민성이는 예시를 보여 달라더니, 성중이를 위한 수료장을 최선을 다해 채웠다. 아쉽게 혜리와 민성이는 중간에 일이 있어 나갔고, 규리와 시윤이, 준영이도 수료장을 꾸몄다.




오늘의 할일은? 감사인사 준비하기

  첫 번째 안건이 마무리되고, 두 번째 안건이다. 선생님 선물을 골랐다. 예산은 12,000원. 아이들은 각자 의견을 냈다. 콜라, 음료수, 빵, 과자, 과일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그중 마음에 드는 음식에 손을 들어 결정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음료수, 두 번째는 과일이었다. 이 선물을 가지고 내일 선생님께 가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길 바란다.

 

감사 인사를 드릴 분을 이야기하자 준영이가 이야기했다.


“그 녹두!”

“규리 어머님께서도 많이 챙겨주셨지!”

 

 준영이 옆에 있던 규리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활동에서 규리 어머님께서 아이스크림이나 녹두 등을 챙겨주셨는데, 아이들이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규리는 부끄럽지만, 한껏 좋아했다.


 규리가 어머니를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야!’라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활동이 마을 선생님과 아이가 이어지고, 아이들끼리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아이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혹은 활동에 도움을 주시며 가족이 이어지길 바란다. 규리는 이번 일로 어머니를 더 자랑스레 생각하고 좋아할 것이다.

 

  모든 안건이 해결되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과 선물을 사러 삼성그린마트로 향했다. 1순위인 주스를 고르자 돈이 딱 맞았다. 오렌지 주스와 포도 주스를 적절히 섞어 7개 샀다. 아쉽지만 과일은 돈이 부족해 사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났다. 손에 하나씩 들고 복지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리막길이라 조심해야 할 텐데’ 하면서도 애들 모습에 나도 같이 신이난다. 이래서 아동사업 하나보다.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

  항상 민성이는 다른 언니·오빠들이 빠르게 쓰고 놀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록을 했다. 큼지막한 글씨로 모르는 글자는 물어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민성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만약 내가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민성이처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어려워하고 잘 모르는 것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그것을 하고 떠나지만, 나는 끝내지 못했다. 그 상황이라면 나는 좌절감을 느끼며, 모르는 것도 적당히 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다. 민성이처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물어보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며, 이 자세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민성이가 그런 모습을 커서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는다는 것이 기쁘다. 모든 사람에게는 강점이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소득, 종교, 가치관 등에 관계없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나보다 작은 아이에게도 배울 점은 있고, 어른에게도 당연히 배울 것이 있다. 그 점을 오늘도 깨닫는다. 나의 부족한 면을 타인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매일 되뇐다. 이 생각을 통해 혹시 선입견으로 남을 판단하거나, 단정 지어 강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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