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유명한 계단이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사용기도 하는 88계단입니다.

가까이 사는 동네 주민들은 ‘88계단’이라고 하면 딱 알아들으십니다.


8월 3일, 무더운 여름밤에 88계단에서 영화 봤습니다.


“우리 88계단에서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영화 보면 어떨까요?”

“어휴, 그런 거 하면 좋지~”

“그 날 하루만 주민들에게 양해 구하고 하면 되지. 우리 동네 사람들 인심이 좋아서 다 허락해 줄 거야.”

“일주일 전부터 이동 주차해달라고 연락하고, 사람들 만나서 직접 설명하면 될 거야.”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요.”

만나는 어른마다 반겨주셨습니다.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기획단 아이들 8명이 동네영화제를 만들었습니다.

간식 준비를 위해 벼룩시장을 했고, 용돈으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나눠드렸습니다.

영화제에 필요한 스크린과 스피커, 빔프로젝터를 빌려왔습니다.

기획단이 직접 대여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홍보지를 만들고 동네 곳곳에 붙였습니다.

가게마다 인사드리고, 포스터 붙여도 되겠냐고 허락받았습니다.

영화제 리허설에도 스태프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스크린 설치할 때 나사를 끼고, 음향과 영상이 잘 나오는지 확인했습니다.

영화제 한 시간 전에는 동네 한 바퀴 돌아 마지막 홍보했습니다.

덕분에 100분이 넘는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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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빠질 수 없는 특별 공연 순서가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높은뜻특전 태권도’ 아이들의 태권 체조, 음악 줄넘기 공연입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좁아 쉽지 않은 환경이었는데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동네 교회 목사님의 딸, 구암초등학교 어린이가 걸그룹 댄스를 준비했습니다.

춤 솜씨에 다들 놀랐고 흥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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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진 찍으시는 어머니들이 골목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틀어주셨습니다.

어떤 광고 영상보다 의미 있는 영상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재개발 직전, 어머니들이 남겨주신 사진이 나중에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겁니다.


두 시간 전에 신동아 공사 사장님께서 스크린을 설치해주셨습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88계단이 순식간에 근사한 영화관이 되었습니다. 전기는 덕산빌라 어머니가 선뜻 빌려주셨습니다.

 

아침부터 많은 분이

“오늘 영화 보는 거 맞지?” “이따 오면 되는 거지?” 하며 기다려주셨습니다.


영화제 당일, 많이 오셨습니다.

친구들끼리, 가족이랑, 강아지랑 함께 나와 영화 보셨습니다.

집 옥상에 올라가 보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 계단에 같이 앉으시려고 다닥다닥 붙어 앉으셨습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나눠줄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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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보며 웃긴 장면에서 ‘깔깔깔’ 같이 웃고, 슬픈 장면에서는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대사에 공감하실 때는 ‘그려~ 저 말이 맞지’하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서로 소통했습니다.

 

여기에 다 남기지는 못하지만, 영화제에 도움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주민분들의 도움, 이해, 양해 덕분에 제1회 동네영화제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주민분들이 나중에 멀리 이사 가시더라도, 헤어지시더라도

“우리 동네 재밌었는데. 동네 사람들이랑 계단에서 영화도 봤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 밤 동네영화제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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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이야기]


1. 영화 상영 준비 과정
http://www.goodwill.or.kr/index.php?document_srl=611124


2. 동네 영화제 풍경
http://www.goodwill.or.kr/index.php?document_srl=611126



3. 뒷이야기
http://www.goodwill.or.kr/index.php?document_srl=6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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