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야영 이제 시작합니다.

골목야영 당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평소보다 일찍 잤더니 컨디션이 괜찮습니다. 11시에 지윤이, 하영이 만나 최종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온 지윤이와 어제 써놓았던 야영 선서문과 골목야영 전체일정표를 지윤이와 강당에 붙였습니다. 릴레이 놀이 때 사용할 솔빛교실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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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가 되자 아이들이 한두 명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대략 다 모이자 한 곳에 모여 서로 자기소개 했습니다.

우리 기획단 조교들부터 소개해볼까요?”

쭈뼛쭈뼛하며 민진이, 지윤이, 지민이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안녕 우리는 너희들의 안전과 놀이를 책임지는 골목야영 기획단 조교들이야.”

 

조교들의 자기소개를 이어 받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한 명씩 자기소개에 나섰습니다. 아이 한 명 소개가 끝날 때마다 조교들이 이름표 붙여줬습니다. 자기소개하고 나서 야영 선서문 함께 읽었습니다. 조교 지민이가 대표로 나와 기획단 선서했습니다.

제가 하나 하면 같이 하나 하고 따라해주시면 됩니다.”

하나. 놀 때 핸드폰 쓰지 않기

하나! 놀 때 핸드폰 쓰지 않기

아이들이 지민이를 따라 함께 선서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선서한 규칙 잘 생각하며 놀면 좋겠습니다.

 

골목야영 일정 설명한 후에 밤에 볼 영화 투표하는 데 아이들 열기가 엄청 났습니다. 영화를 매일 보는 게 아니다보니 밤에 영화 볼 생각에 들뜬 것 같았습니다. 지윤이, 하영이, 하준이가 만든 영화 투표 판을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기획단이 직접 쓴 영화 설명을 읽고 아이들이 보고 싶은 영화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몬스터 패밀리두 영화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한 표 차이로 몬스터 패밀리가 앞서고 있는데 때마침 윤서가 들어왔습니다. 윤서의 손에 어느 영화로 결정될지가 달리자, 아이들이 각자 지지하는 영화를 크게 외치며 그 영화에 투표해 달라 손짓했습니다. 영화 하나에도 이렇게 재미있습니다. 윤서가 몬스터 패밀리에 한 표 던졌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투표한 친구들이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투표 결과대로 오늘 밤에는 몬스터 패밀리를 봅니다.

 

 

#놀이로 하나되는 아이들

밤에 볼 영화까지 정한 후 놀이 시작했습니다. 첫 놀이는 보물찾기입니다. 아까 조금 일찍 온 원준이, 예진이, 규민이가 복지관 이곳저곳에 보물찾기 쪽지 숨겼습니다. 신발장 속, 에어컨 날 사이, 칠판 틈 사이 등에 살짝 숨겼습니다. 찾기 어려운 곳을 쏙쏙 찾아서 잘도 숨깁니다.아이들이 찾을 보물을 자신들이 숨긴다는 생각에 원준이와 규민이, 예진이 모두 신이 난 듯 했습니다친구들이 숨긴 보물 쪽지를 찾는 아이들도 정말 신나했습니다. 놀이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쪽지를 찾은 아이들이 달려와 제게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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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저기 교실 들어가자마자 당첨이라고 적힌 쪽지 찾았어요.” 

우와 이렇게나 빨리 찾았어?”

! 여기 있겠다 싶어서 들춰봤는데 바로 있었어요.”

선생님~저도 찾았어요! 들어가자마자 딱 보였어요.”

 

쪽지를 숨긴 규민이와 원준이가 오히려 고전했습니다. 자신들이 숨긴 곳에 가서 쪽지 여러 개 찾았는데 모두 꽝이 나왔습니다. 규민이는 꽝이 5개나 나왔는데도 지치지 않고 또 다른 쪽지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킥킥 웃으며 꽝 쪽지가 5개나 걸렸다며 이야기하는 규민이 모습이 참 즐거워보였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쪽지 찾고 있는데 막 8살 된 은서가 울상 지었습니다. 다른 언니오빠들은 쪽지 하나씩 다 손에 쥐고 있는데 자기는 하나도 못 찾아 슬프다고요. 그 모습을 보더니 예진이와 연아가 같이 찾아주겠다고 나섭니다. 몇 분 안 지나 쪽지를 찾아낸 언니들이 은서에게 달려갑니다.

은서야, 은서야! 여기 있어! 너도 당첨 쪽지 하나 찾았어! 이리 와서 가져가

챙겨주는 언니들이 있으니 은서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집니다. 같은 동네 살지만 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이 만난 지 얼마 안 돼 금세 친해졌습니다. 언니들이 동생들 챙겨주고 함께 노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놀이를 시작한지 십 여분이 지나자 아이들이 쪽지를 찾아 강당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먼저 찾은 순서에 관계없이 다 같이 쌀과자 나눠먹었습니다. 간식 먹으면서도 아이들은 그 다음에는 무슨 놀이해요?” “이제 뭐해요?”하고 계속 물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본능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세를 몰아 얼음땡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술래를 정하고 놀이를 시작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술래가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네 명으로 점점 불어났습니다. 술래가 한 친구를 잡으면 이제 그 친구가 술래가 되고 원래 술래이던 친구는 도망가는 역할이 되어야 하는데 잡힌 친구도 술래가 되고, 원래 술래이던 친구도 그대로 술래역할을 해 술래가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바로잡아야 하나 싶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술래가 너무 늘어나자 그제야 놀이를 잠시 멈추었습니다. 아이들과 얼음땡 놀이규칙을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얘들아 우리 규칙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술래가 다른 사람을 잡으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된다.’ 라고 적혀있네. 그러면 원래 술래는 어떻게 될까?”

도망가는 역할이요!”

그렇지~원래 술래는 다른 친구를 잡으면 이제 술래가 아닌 거지.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가야 하겠죠?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네에~!”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하고 놀이 재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들까지 다 껴서 뛰어다녔습니다. 강민지 선생님, 임인택 선생님, 강민 선생님, 저까지 함께 했습니다. 술래에게 잡힐까 무서워 저도 이리저리 열심히 달렸습니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요리조리 술래를 피해 뛰어다니는데 제 입꼬리가 덩달아 올라가 내려갈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 놀이하는 것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던지요. 놀이 시작할 때는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고 복지관에서 이렇게 뛰어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들도 적지 않아 조금 어색한 감이 있었는데 어느새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답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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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우리 공놀이해요.”

그래그래. ~그럼 우리 피구 한 번 해볼까요? 피구 할 사람 여기로 모여라~”

저요, 저요!”

저도요~선생님 제가 공 던질래요!”

알았어. 자 그러면 두 팀으로 잘 나눠서 섰나요? 공 던지기 할 사람 앞으로 나와볼까?”

규민이와 도환이가 각 팀을 대표해 앞으로 나왔습니다. 서로 공을 자기 팀 쪽으로 가져가려고 폴짝 폴짝 뛰었습니다.

 

피구가 시작되니 아이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태웅이는 안경까지 벗어놓고서 온몸으로 경기했습니다. 몸을 날려 공을 받고, 있는 힘껏 공 던졌습니다. 공에 온 신경을 집중해 경기에 몰입하는 아이들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서로 몸을 부딪치며 놀다보니 아이들 사이도 한층 가까워집니다. 아이들 사이에 말을 트고 같은 팀끼리 힘을 합칩니다. 야영 참가하는 아이들끼리 이렇게 놀이하며 관계 맺게 되어 좋습니다.

 

피구 30분하고 나니 심판을 본 저도 살짝 지쳤는데 아이들은 전혀 그런 기색 없었습니다. 지난 야영 때도 인기 좋았다는 사진 미션과 릴레이 놀이 이어서 했습니다.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코끼리코 돌기 시작하는 거예요. 알겠죠?”

하나~~~~다섯~”

, 자 우리 모여보자. 하나 둘 셋 찰칵!”

아 선생님 너무 어지러워요 크하하

어지러워하면서도 사진 찍었다며 조교 민진이한테 사진 검사받으러 달려옵니다.

 

아 도환아 이건 안 돼. 사진 흔들렸잖아. 다시 찍어야 될 것 같은데?”

예진이, 도환이가 민진이 말 끝나기가 무섭게 민 선생님께 달려갑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 조 다시 찍어야 된대요. 빨리 다시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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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긴 선생님이랑 사진 찍기, 흰 신발 신은 선생님이랑 사진찍기 조는 복지관 올라가 다른 선생님들과 사진 찍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빨주노초파남보 색깔 다 나오게 사진 찍기가 걸린 1조 친구들은 예상외로 맨 처음으로 사진 검사 받으러 왔습니다. 서진이가 무지개 색깔로 색칠된 골목야영 전체일정표를 가리켰습니다. 일정표 앞에서 찰칵~하니 미션 완료했습니다. 일정표에 있는 무지개 색깔 찾아낸 서진이가 뿌듯해하며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여기 일정표에 있잖아 무지개색! 우리는 바로 찾았지롱~”

 

 

#조교들의 실력 발휘 시간, 릴레이 놀이

기획단 친구들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릴레이 놀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골목 돌아다니며 놀이 장소를 정해보고 언제 누가 어떤 놀이를 할지 놀이 동선을 짰습니다. 기획단 조교들은 각자 자신이 진행과 안전을 맡을 놀이를 정해 어떻게 진행할지 준비했습니다.

 

대망의 릴레이 놀이 시간!

조교들이 각자 맡은 놀이 장소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저는 복지관 뒤 공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 진행을 맡기로 해 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놀이 진행하느라 다른 놀이에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조교들이 준비부터 진행, 정리까지 알아서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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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는 판 뒤집기놀이를 맡았는데 놀이에 사용할 판을 가져와 다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놀이 설명도 잘 했다 합니다. 야영 전 기획단 회의할 때 예림이가 판 뒤집기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놀이 끝나고 판 뒤집기 잘 했냐 물었더니 재밌었다고, “완전 열심히 했어요.” 합니다.

 

한 발 뛰기랑 수건돌리기 맡은 민진, 지민이도 각자 맡은 놀이 잘 진행해주었습니다. 조별로 아이들 오면 놀이 설명하고 놀이 진행해주고, 뒷정리도 같이 하고. ‘아이들의 놀이와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말처럼, 정말 조교들처럼 잘 해주었을 겁니다. 실력 잘 발휘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맙습니다. 든든한 지원군 조교들이 있어 골목야영 진행 순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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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릴레이 놀이를 하며 의외로 가장 즐겼던 것이 바로 퍼즐 맞추기입니다. 조별로 모인 아이들이 순서대로 장소를 이동하며 놀고 퍼즐 받았습니다. 어제 기획단 아이들과 퍼즐 만들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텐데~’하며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퍼즐 맞추는 데 무척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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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야영, 모두들, 즐겁게, 하고 있니? 이건가?”

“‘하고 있나요?’ 아니 하고 있다?’ 모두들 즐겁게 하고 있다! 이거 아냐?”

! 즐겁게 하자! 같은데

그것보다는 긴 글자야. ‘하고 있자!’ 아 이건 아니고..”

 

지후, 도환이, 윤서, 민서, 예림이 여러 조 아이들이 죽 둘러앉아서 퍼즐 맞추기에 열심입니다. 각 조 아이들이 자신들이 받은 퍼즐 가져와 정보 공유하며 전체 문장 완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옹기종기 모여 퍼즐 맞추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참 재밌어 보입니다.



#자기가 먹을 음식 준비도 알아서!

낮부터 신나게 놀고 나니 아이들이 배고파했습니다. 기획단 아이들과 저녁 준비했습니다. 업무 분장한대로 조교들은 각자 그릇 꺼내기, 밥 푸기, 어머니들 도와 고기 굽기 했습니다. 기획단 친구들 말고도 예림, 민서, 승우, 하윤, 시연, 은서, 예진, 나린, 지우, 윤서 와서 식사 준비 도왔습니다. 식탁 닦고 수저 놓고 물 떠서 자리마다 가져다놓고 김치도 식탁마다 하나씩 중간 즈음에 잘 놓아두었습니다. 자기가 먹을 음식 준비도 알아서! 기특합니다.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이 빠듯했는데 어머니들께서 도와주셔서 금방 할 수 있었습니다. 야영 며칠 전 기획단인 예림, 민서, 승우, 하윤, 재윤, 나린, 지윤 어머니께 저녁 식사 준비 같이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쭸는데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40명이 먹을 고기 굽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기름이 튀는 뜨거운 불 앞에서 아이들이 먹을 고기 일일이 구워주시고 아이들 밥 챙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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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식사 다 한 후에야 겨우 앉아서 늦은 식사하셨는데 뒷정리까지 다 해주시고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 먹으라고 김치찌개까지 끓여주셨습니다. 아이들 생각하는 마음으로 물심양면 도와주셨음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님들이 사랑 듬뿍 담아 요리해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잘 먹고 또 열심히 놀았습니다.

 

 

#나 먼저 올라갈게, 빨리 먹고 와!

아이들이 차례로 들어와 저녁 먹으니 한적했던 식당이 아이들로 가득 찼습니다. 삼겹살 맛있게 먹고 먼저 먹은 아이들은 그새 강당으로 올라가 피구하고 놀았습니다.

 

도환이는 앉은 지 몇 분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먹고 일어섭니다.

나 먼저 올라갈게~빨리 먹고 와!”

오케이! 나도 바로 올라갈게~우리 피구 하자

 

서진이는 입안 가득 고기랑 밥을 넣고 친구들한테 빨리 가서 놀자 합니다.

시연아 시연아 우리 강당 가서 피구하자

나는 피구 안하고 싶은데

그럼 뭐? 뭐할까? 윤예진, 예진아 너는 뭐할래? 그러면 술래잡기할까? 얼음땡 할까?”

얼음땡 하자

알았어. 나 먼저 가있을 테니까 빨리 먹고 와. 가서 놀고 있을게

 

이제는 선생님 없어도 알아서 놉니다. 아이들이 놀 친구 불러 모아 맞으면 아웃이고 잡으면 같은 편 부활하는거다?’ 하며 놀이 규칙 정해서 놉니다. 모든 아이들이 주인 되는 놀이. 이제야 정말 아이들 놀이답습니다.

 

한 나절 지나더니 이제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게 참 신기합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요즘은 하루종일 놀기만 하는 아이들 없다보니 이 풍경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유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놀 틈, 놀 터, 놀 친구만 있으면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주어지지 않은 것일 뿐. 남은 시간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랍니다. 수학 영어학원 컴퓨터 교실 생각 안하고 놀이에 사로잡혀 종일 잘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아이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던 캠프파이어가 시작됐습니다. 정우 아버님이 불 피울 도구 직접 가져오셔서 준비하시고 계셨습니다. 날이 정말 추웠는데 몇 시간 동안 밖에서 캠프파이어 준비하고 아이들 고구마 감자 구워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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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마시멜로!

기획단과 장을 볼 때 미리 사왔던 마시멜로에 정우 아버님께서 챙겨주신 마시멜로까지 젓가락에 하나씩 꼽아 불에 살짝 구워먹었습니다. 금방 하나 다 구워먹고 또 달라고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쪽 저쪽에서 너도나도 더 먹고 싶다 해 하나씩 끼워주니 마시멜로 몇 봉지가 금새 동이 났습니다.

 

기획단 회의할 때 하영이가 마시멜로 구워 먹는 아이디어 냈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낸 아이디어로 골목야영 진행하니 즐겁고 신납니다.

 

어제 지윤 지민 민진 하영이가 호일로 잘 싸놓았던 감자 고구마도 함께 구워먹고 아이들과 노래 불렀습니다. 인택 선생님이 연주해주시는 기타 반주에 맞춰 징글벨, 반달, 당근송, 흰 눈 사이로 등등 노래도 불렀습니다.

 

흰 눈 사이로~썰매를 타고~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아!”

 

나중에는 아이들끼리 반주 없이도 신나게 노래했습니다. 아이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공터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동네 골목 공터에서 기타 앞에 둘러서 아이들과 고구마 구워먹고 노래 부르는 일, 아이들에게도 제게도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영하 15. 올 겨울 들어 서울이 가장 추웠던 날이라 캠프파이어는 이 정도로 마치고 들어가서 장기자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강당으로 가보니 이미 민진이가 큐시트 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자랑 사회 열심히 준비한 민진이의 솜씨를 뽐낼 차례입니다.

 

~이제부터 장기자랑을 할 거예요. 장기자랑 하고 싶은 친구 있나요?”

민진이 질문에 여기저기 아이들이 손 번쩍 듭니다.

 

누구부터 할까~? 어린 친구들부터 하게 해줄까? 자 그러면 은서 나오세요. 은서는 무슨 노래 부를거야?”

민진이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장기자랑이 시작됐습니다. 은서, 윤서, 지후 규민 태웅 차례로 나와 노래와 춤 실력을 뽐냅니다. 누구는 합창단, 누구는 방과 후 방송댄스 교실에서 배웠다 합니다. 언제 그리 연습했는지 노래와 춤 모두 수준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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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는 꿈이 가수라 했는데 정말 춤을 잘 췄습니다. 골목야영 7살 막내 유현이가 은서한테 같이 춤추자고 졸라 둘이 한 번 더 나와 춤을 췄습니다. 유현이가 은서를 따라 신나게 몸을 흔드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던 은서가 어느새 한 살 어린 동생을 챙기며 언니 노릇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했습니다.

 

#골목야영의 밤이 저물어갑니다

캠프파이어 정리하고 노인정으로 이동해 씻고 잘 준비했습니다. 이불 깔고 누워 낮에 투표 했던 영화 몬스터 패밀리보았습니다. 몬스터 패밀리를 보고도 아이들이 별로 잠에 들지 않아 승우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추천한 스펀지밥을 두 번째로 보았습니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가자 아이들이 한 명씩 잠에 들기 시작합니다. 노인정이 고요해졌습니다.

 

아직 잠에 안든 유현 서진 예진이, 승우 민서와 밖으로 나와 이야기 나누고 같이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잠이 안와요하길래 정말 잠이 안 오나 보다 했는데 옆에서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어주니 서진이가 금세 곯아떨어졌습니다. 이미 잠에 든 언니오빠들 다 깨울 기세로 크게 이야기하던 유현이도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 내며 자고 있습니다.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과 이렇게 집 아닌 다른 곳에서 자니 설레고 신났겠지요.

 

첫 야영, 처음 만난 아이들. 분주하고 바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골목야영의 밤이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얘들아 맛있게 먹어라

아이들 일어나는 기척에 눈 떠보니 기상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조교 지윤 지민이와 먼저 복지관 가서 준비하고 있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요리 도와주시기로 한 사랑방 어머니들 맞이하고 먼저 함께 식사 준비하기로요.

 

아이들과 채비하고 복지관 도착하니 사랑방 어머니들이 곧 오셨습니다. 이야기하시는 것 들으니 추운 날씨에 집안 내 화장실이 얼어 수습하고 오셨다 했습니다. 수도관 얼어 신경 쓰실 것 많으실텐데도 아이들과 약속 귀하게 생각해주시고 김치볶음밥 요리하러 와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애들 먹기에 안 매울래나

아 좀 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예 두 개로 나눠서 하지 뭐. 하나는 김치 안 넣고 하면 돼. 금방 돼.”

아아 네, 감사합니다

 

김치 매워 먹기 힘들어할 아이들까지 생각해 요리 해주셨습니다. 하나는 김치볶음밥, 하나는 햄볶음밥. 김치볶음밥. 가리는 아이들 없을 거라 지레짐작해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어머님들께서 챙겨주셨습니다. 수줍게 이야기하는 아이들 마음 헤아려 살갑게 부탁 들어주시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 복지관까지 오셔서 요리해주신 마음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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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먹을 때도 맛있게 먹어라 말씀해주시고 모자란 것 없는지 계속 챙겨주셨습니다. 아이들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제게도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 전해졌는지 맛있게 먹고 잘 먹었습니다감사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지 자유

잘 먹고 나니 아이들 기운 넘칩니다. 어제와는 또 다른 릴레이 놀이 진행했는데 오늘도 아이들은 퍼즐 맞추기에 여념 없습니다. 지윤이와 하영이가 퍼즐 맞추기 아이디어 낸 것이 빛을 발합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해 릴레이 놀이도 금방 끝이 났습니다. 오전에는 복지관 강당에서 탁구 동아리 활동이 있어 강당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오전에 릴레이 놀이 하며 시간 보내려 계획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2시간이나 빨리 놀이가 끝나버렸습니다.

 

잠시 당황했습니다. 복지관 앞 공터에서 놀이 끝내고 들어오는데 이제 뭐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데리고 햇빛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면서도 여기서 서른 명 되는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걱정도 잠시. 아이들은 첫 날 함께 놀며 가까워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각자 하고픈 놀이 시작했습니다. 누구는 공기놀이를 했고, 누구는 친구들과 돌아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누구는 도미노 놀이를 했고 누구는 선생님 얼굴을 그렸습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2층 다른 교실을 이용해 눈 가리고 술래잡기놀이를 했습니다. 야영 끝나고 아이들에게 들으니 그 시간이 제일 재밌었다 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유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둘째 날 되자 그새 친해진 아이들이 같이 놀 친구 모아서 이 놀이 저 놀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 택해 놀았습니다. 그 시간을 자유롭게 즐겼습니다.

 

골목야영에서 꼭 해야 하는 놀이나 활동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들 뜻대로 뛰어다닐 수 있다면 그걸로 야영 목표 다 이룬 것이라 생각 들었습니다.

 

#‘골목야영

아이들과 점심으로 치즈 라볶이 만들고 있는데 나린 해율 어머님이 간식 사들고 오셨습니다. 아이들 수만큼 간식 한아름 들고 오셔서 아이들이 요리하는 것에 관심 가져주셨습니다.


내가 좀 도와도 될까?”


떡볶이 소스를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어머님 솜씨로 요리하면 당연히 잘 될 텐데 아이들이 요리하고 있으니 도와줘도 될지를 먼저 물으신 거였습니다. 어머님께 요리만이 아니라 아이들 귀하게 대하는 법도 배웁니다. 아이들 존중하며 잘 묻는 자세를 보고 배웁니다.


어머님과 하하호호 담소 나누며 즐겁게 요리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문득 떠오르셨는지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은 같은 동네 사는 아이들 모일 일이 정말 없는데 야영이 참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도 와서 보니까 무슨 학원 어디 교실에서 만났던, 스쳐 지나가며 봤던 아이들이 여럿 보이고, 그 형제자매들도 다 온 것 같네요. 같은 동네 살면서도 아이들끼리 잘 알지 못하고 지내는데 골목야영이 이렇게 동네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놀이하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 같아요. 뜻 깊은 자리에요


야영 끝나고 한 친구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골목야영이 즐거운 이유를 물었더니 동네 친구들이랑 놀아서 좋아요했습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놀 틈 없으니 친해지지 못했던 동생들과 가까워져 기쁘다했습니다. 당사자의 삶 안에 자기가 사는 동네가, 같은 동네 사는 친구들이 한 발짝 가까이 들어왔구나 싶습니다.


골목야영 사업.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준비하고 신나게 노는 활동입니다.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바라보며 사회사업 한다지만 골목야영 사업에서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조금은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활동 지켜보며 돌아보니 골목야영이 구실이 되어 당사자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친 듯이 노는 아이들

점심 이후에 강당을 되찾은 아이들이 정말 미친 듯이 뛰어놀았습니다. 그 체력이 어디서 다 나오는지.. 아이들 안전하게 놀도록 도와주려고 온 고등학생 봉사자들도 1시간 만에 힘이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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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두 개인 듯 신이 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보니 이게 아이들 놀이지 싶었습니다. 아이들 답게, 아이들이 주인되서 놀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놀이활동이 있었지만 이렇게 즐겁게 스스로 알아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놀이를 하자고 제가 주도하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나 싶었습니다.


골목야영 사업 처음 시작할 때 목표로 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골목야영을 주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각 과정 그때 그 일에서 자주케 하자였습니다. 아이들이 그 목표대로 이루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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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야영 사업 제 계획 제 구상 있었지만 그것대로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둘째 날은 온전히 아이들이 흠뻑 뛰어놀게 거들고 지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경희 선생님, 어떤 마음으로 골목야영 사업 하시나요

 

아이들이 야영 준비하는 그 때 그 일에서 자주케 돕고 싶어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게 거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야영 구실로 둘레사람들과 관계 맺도록 주선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제 손으로, 제 힘으로 준비해 12일 야영 누렸습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이들은 회의에 나와 골똘히 생각해 의견 내고 친구들과 의논했습니다. 아이들이 의논 제안해 놀이 계획, 음식 계획, 야영 계획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연습하여 어른들께 요리와 잘 곳 마련을 부탁드립니다. 사야하는 요리 재료 직접 찾아보고 정리해 시장가서 꼼꼼히 장 보았습니다. 야영 날 어색함이 풀리자 자신이 주인 되어 놀았습니다. 놀 틈 놀 터 주어지니 미친 듯이 놀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준비 뒷정리 먼저 나서 도왔습니다. 야영 마치고 고마운 분들께 감사편지 쓰고 감사인사 다녔습니다. 신나게 놀고, 서로를 아끼며 도와주신 어른들께 감사할 줄 알던 아이들. 가슴 뭉클해집니다.  아이들과 흠뻑 뛰어논 겨울, 아이들에게도, 제게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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